순간을 붙잡으려는 노력
2015.06.02
시간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으려는 이 영화는 실은 앞서 말한 것처럼 불안의 제어와 망각의 작동을 전제로 한다. 이 영화는 메이슨과 그의 주변인들이 겪어낸 12년의 시간을 따뜻한 온기로 품고 그 시간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종종 인물들, 특히 메이슨이 당면한 일련의 순간들에 냉정히 컷을 외치고, 어쩌면 그의 속내를 충분히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메이슨에게도 분명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지난 12년간 액션보다는 리액션에 익숙한,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음을 일찍이 알았던 소년이 거의 처음으로 액션을 취한 순간은 그가 카메라를 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우리는 그의 말 대신 그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광경을 점점 더 많이 보게 된다. 영화 안과 밖의 시간이 경계 없이 서로에게 스며들고, 현실 속 배우들과 영화 속 인물들이 뒤섞이는 경험에 이르면서, 이 소년이 거쳐온 시간의 흐름에만 눈길을 빼앗긴 채 정작 내가 놓쳐버렸을지 모르는, 매해 컷된 그 자리마다 여전히 맴돌고 있을 소년의 내면이 비로소 궁금해지는 것이다. 링클레이터가 “카메라 앞에서 커가는” 그의 변화를 감지하며 그 시간의 운동을 즐기는 동안, 메이슨은 그 운동에 빨려들어가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으며 순간을 정지시키고 싶었던 건 아닐까. 아직 아무것도 잊지 못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했는데, 그 감정들을 속으로 누르고 해소하지 못한 채 시간의 전환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신의 영화적 운명에 그는 그렇게 고요하게 저항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나는 그날 폭력적인 양부에게서 도망치듯 떠나며 의붓남매를 가차없이 버려둘 수밖에 없었던 그 순간의 마음에 대해서부터 우선 묻고 싶어진다. 10여년이 흘러 청년이 되었지만, 그날 그 소년의 마음으로부터 당신은 몇 발자국 더 내디뎠을까.
남다은, 씨네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