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메일
2015.11.01
몸이 아프거나 상처가 나면 약을 먹고 병원을 가거나 수술을 한다. 그러나 몸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에는 어떤 치료를 해야하는지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시간을 버텨 내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현실을 감당하는 것만 해도 버거운 삶. 버티고 숨 쉬는 것만 해도 대단한 삶. 그렇게 응어리진 상처를 각각 혼자 끌어안고 긴 세월을 비틀거리며 살아온 것이다.
아버지의 글을 읽고서야 깨달았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언니도 나도 모두 같았구나.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복받치는 슬픔을 억누르며 각자의 고통 속에서 살아왔구나.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을까 봐 두려워 서로를 그렇게 외면했구나. 그러나 아버지의 절망도 어머니의 회한도 모두 내 안에 있었다. 내 안에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가 있고 언니가 있었다.
홍재희, 아버지의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