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멋내는 게 좋아
굿바이
2016.04.28

나는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당신에게 경고하려고 했다. 나를 사랑하지 말라고. 나는 일어난 모든 것을 보았고 일어날 모든 일을 알고 있다고.

그러나 내가 막 그 말을 하려는 순간 나를 부르는 당신의 나직하고 지친 음성이 들려온다.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

그리고 곧이어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목을 휘감아 죄어오던 것들, 당신과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형틀에 갇힌 슬픈 예감들과 벌레처럼 통통하게 스스로를 살찌워가던 죄의 감각들이 한꺼번에 잘려나가며 두껍고 포근한 망각이 나를 덮어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

안녕. 이것이 나의 마지막 기억이다. 나는 이제 다른 곳으로 간다.


윤이형, 굿바이


yunicorn